기부스토리

[기부스토리 #78] 캐나다에서 나루님의 기부 이야기가 도착했어요!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오랜 지지자, 나루님의 기부 스토리가 도착했어요! 

나루님은 캐나다에서 동성 부부이자 학생으로 열심히 살고 계세요.

가을을 앞두고 보내주신 편지가 겨울에 닿아서야 공개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

멀리서도 늘 한국 성소수자 동료들의 안녕과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활동을 응원해주시는 나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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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청난 더위를 뚫고 결국 가을이 왔군요.

하지만 한가위 연휴를 마음껏 즐기는 분들이 많지 않죠? 

저도 휴가는 커녕 주말도 없이 계속 일해야 하거든요.

이곳을 방문하는 여러분은 올 추석에 단 하루라도 푹 쉴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저는 (가끔 비온뒤무지개재단을 후원하는 조금 게으른 당사자이자) 엘라이들 중 하나인, 

나루라고 합니다.

저와 제 옆지기는 2017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결혼한 동성 부부들 중 하나이기도 해요.

저희는 원래 결혼 계획이 없었고 (더군다나 해외에서?), 

일정 기간 공부와 현장 경험을 한 다음 귀국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2017년 8월 25일 당시 제이티비시(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너무 충격적인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고 들은 뒤, 제 마음을 바꿨습니다.

성수수자 부부가 하나라도 더 생겨야 되겠다, 소수자 결혼이 얼마나 간단하게 진행되는지 보여줘야겠다고.

그래서 페이스북에 '결혼합니다'라는 공개서한을 올리고 결혼하는 과정을 지인들에게 공개했습니다.

한채윤님께도 보여드렸는데 혹시 기억하시려나요?

(지금은 둘 다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예전 글들은 닫혀 있습니다.)

캐나다에도 인종차별을 비롯해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종류의 괴롭힘, 폭력,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결혼은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어요 

(각 주마다 인권 관련법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무척 보수적인 지역들도 있어요).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살펴보니 

모두가 한국 사람들보다 특별히 수준 높은 인권의식을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국가가 법으로 단호하게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강조한다는 점이죠.

대한민국에서도 얼마든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할 수 있고, 

퀴어 축제와 소수자 인권 관련 행사들을 자유롭게 펼칠만한 시민 의식이 형성되어 있고, 

성소수자 부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에게 동등한 가족구성권 (굳이 결혼과 입양이 아니더라도)이 보장될 수 있는데,

왜 아직 못하고 있을까요?

제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만난 많은 지인들은 (교회나 절에 다니는 분들도), 

정체성이나 학벌, 종교, 출신지역이나 출신 국가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누가 편견과 거짓 정보를 계속 퍼뜨리고 있는 걸까요?

정체성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문제를 고민하다가 한국을 떠나고 있는, 

당장은 떠날 수 없으니 돈을 모으면서 자격 조건을 갖추려고 고생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남의 나라에서 힘겹게 다시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이 많은 사람들이 

그 엄청난 돈과 노력과 시간을 더 보람있고 창의적인 일에 쏟아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들 모두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일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비온뒤무지개재단과 같이 한걸음만 나아가 볼까요?

이 말씀을 드리려고 오랜만에 후원금을 보내면서 이메일을 보냅니다.

제 이야기에 공감하신다면 비온뒤무지개재단에 다같이 후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멋진 가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