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단체역량강화사업]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자체역량강화사업 지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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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무지개재단 지원 2019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자체역량강화사업을 마치며 - 이상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올 해,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이라는 전제를 설정하고 비온뒤무지개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6회 차에 이르는 자체역량강화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조직위라는 하나의 단위로서 그리고 동시에 조직위원 개개인으로서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진행되는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차이와 공통의 지점을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동시에 그러한 공동의 경험이 만들어나갈 수 있는 끈끈한 멤버십과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조직과 개인의 역량이 강화되기를 기대하며 매회차를 준비하였습니다.

첫 주제는 몸으로 감각하는 인권교육-몸이 지닌 언어였습니다. 내부워크숍으로 강정평화학교 활동가 두 분을 초청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서로를 재단하는 어떠한 굴레도 없이 단어로 서로를 말하고, 듣는 시간을 거쳐 몸을 통해 서로를 환대하는 것에 대한 감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주제는 예술행동의 사례 한국 투쟁현장의 파견미술활동을 중심으로였습니다. 내부강의로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님을 초청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문화축제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문화예술을 축제/현장/투쟁/상황에 맞게 녹여내고 기획한 사례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번째 회차는 축제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 거리예술축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내부워크숍으로 홍뿌앙 대표 김재용 프로듀서님을 초청하였습니다. 강사가 던지는 질문에 참가자들 서로가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문화란?’ ‘축제란?’ ‘문화축제란?’ ‘공공성이란?’ ‘공공이란?’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조직위원 간 생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명확히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정답 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 토론의 과정만으로도 퀴어문화축제와 축제가 지닐 수 있는 공공성에 대한 고민과 상상의 범위가 한 발자국 넓어지는 동시에 한꺼풀 선명해지기도 하였습니다.

네 번째 모임은 '퀴어문화축제가 지닐 수 있는 또 다른 형식 상상하기' 라는 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역시 내부워크숍이었으며, 제가 저의 직업인 거리예술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개인으로서 워크숍을 준비하고 진행하였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축제를 상상하며, 각자가 바라는 넓은 범위에서의 축제의 이미지를 나누었습니다. 동시에 각자가 바라는 세세하고 명확한 축제의 그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내용들을 몇 가지 기준으로 분류하여 올 해 실현 가능한 것들을 추리고, 아이디어 그대로는 당장 실현 불가능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은 없는지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워크숍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625일 조직위 sns를 통해 공개했던 영상 스톤월항쟁 50주년 기억 영상2~4회차의 워크숍을 거치며 나왔던 이야기- 우리가 간단하고,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액션을 시도해보자-로 인해 시도하게 된 액션이기도 하였습니다. 허접한 면이 없지 않아 많지만, 조직위원들이 함께 즐거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를 sns에 공유할 수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 모임의 주제는 퀴어와 장애의 교차성 사유하기 억압과 낙인을 넘어 연대를 통해 더 풍성한 가능성을 살펴보자였습니다. 외부에 오픈된 도민퀴어아카데미형식으로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연구자 전혜은 님을 초청하여 진행하였습니다. 20명 정도의 시민들이 조직위원과 함께 아카데미에 참여하였습니다. 개인과 개인들이 서로를 억압하는 부정적인 것들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긍정의 지점들을 만들어나가면서 우리의 억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의식과 연대의식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쉽고,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결코 쉽지 않고,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붙잡아야 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모임은 12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축제평가 및 이후 조직위 운영에 대한 집중회의와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전쟁없는세상 비폭력트래이닝팀의 활동가 두 분을 모시고 서로의 비전을 확인하고, 우리의 비전을 찾아가는 자리라는 주제로 내부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툴킷을 활용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갈 것이며, 그 길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나갈 것인지 등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에서 각자가 보내온 시간들, 그리고 집중하고 있는 맥락들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함께 우리의 활동들을 점검하고 체크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 없기에, 다양한 툴킷을 활용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6회 차로 이루어진 역량강화사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지 못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의 사이에 존재했던 뒤풀이입니다. 뒤풀이 덕분에 워크숍 이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으며, 특히 조직위원간 멤버십 형성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으로 올해도 넉넉히 축제를 치루고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현재 9명의 자원활동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성역할로부터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입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조직의 역량강화를 위해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은 이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생각 이상으로 녹록치 않은 현실을 체감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현실에 살며 일과 사람 사이에서 소진되지 않고, 개인과 조직 모두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싶습니다. 올 해의 자체역량강화사업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