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학술
[2016이반시티퀴어문화기금] QUV의 기획 세미나 – 무지갯빛 다리 놓기의 사업 후기 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성소수자 학생 사회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특히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이하 QUV)는 성소수자 학생 사회의 외연 확장과 가시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자부합니다. 2014년에 정식으로 발족한 QUV는 20여개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2015년 말 약 40여개 모임의 연대체로로 성장한 QUV는 성소수자 학생 사회의 성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여겨졌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ueer In SNU의 회원이었던 김보미님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어 1년 여간 활약하게 된 것도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체 역량이 부족했고, QUV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학내 성소수자 모임에 대한 지원 역량을 오롯이 갖추지 못하고 있던 점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학내 성소수자 모임이 기존 성소수자 인권운동 진영과 유리된 채 단순한 친목 단체로만 남게 될 우려 또한 존재했습니다. ‘QUV 기획 세미나 – 무지갯빛 다리 놓기’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기획되었습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의 2016 이반시티 퀴어문화기금의 도움으로 ‘QUV 기획 세미나 – 무지갯빛 다리 놓기’는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학내 성소수자 모임이라는 특성상 대부분 동아리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즉, QUV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실시할 정도의 재정 형편은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비온뒤무지개재단의 기금 지원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재단의 재정지원으로 꼭 필요했던 주제들에 관한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세미나는 ‘성소수자 부모모임’과 함께 진행했던 ‘Family And Queer : 성소수자와 가족,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였습니다.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한지 이미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여전히 성적 지향과 관련된 얘기를 부모님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와 부모님이 서있는 인식의 지평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나오신 다른 성소수자의 부모님들 말씀을 들으며 커밍아웃 후에도 가족과 어떻게 해야 건강한 관계 맺기를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의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게 되었습니다.
다른 성소수자 학우들에게는 또 다른 세미나가 기억에 깊게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대학성소수자모임 경험공유 : 학내 혐오/차별/탄압에 맞서기’는 QUV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거리들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고민들은 단순히 한 개인의 고민으로 머무르지 않고 QUV에 연대하고 있는 수많은 모임들의 고민으로, 나아가 QUV라는 이름으로 대학 사회 내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로 외치는 데에 기여하는 작은 물결들이 되리라고 소망합니다.
QUV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54개 대학의 59개 모임이 함께하는 전국적인 연대체로 성장하였습니다.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지원 하에 실시된 연속 세미나를 통해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거두었다고 자부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세미나, 혹은 그 외의 다른 프로그램들을 QUV 자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서 좀 더 왕성한 활동을 펼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17년에는 이미 세 명의 성소수자 학우가 커밍아웃을 하고 학생 대표자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만큼 학생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가시화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예컨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있을 테지요. ‘QUV 기획 세미나 – 무지갯빛 다리 놓기’는 이에 답하기 위한 든든한 자산이자 주춧돌이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