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모임 <전국퀴어모여라>(이하: 전퀴모)는 비수도권지역의 퀴어들을 만나는 모임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활동, 이벤트 등이 수도권에 집중 돼 있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은 미비했으나 지금은 전국의 모든 퀴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2014년, 2015년 퀴어퍼레이드 때에 진행한 <전퀴모 지도 프로젝트>는 참여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퍼레이드 행렬이 전퀴모에서 시작했다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 열기 때문에 서울 광장의 기온이 1도 정도 더 올라갔다는 설도 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퀴어들의 수다회, 광주민주화항쟁을 맞아 광주를 방문, 바닷가를 거닐며 부산에서 만난 유쾌한 만남, 대전의 퀴어들과의 수다회 등 (가난한 가운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았지만, 전퀴모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거주하는 탓에 교통비가 무척 부담이 되었습니다. 전퀴모 활동가들이 다함께 움직이면 좋았겠지만, 한 지역에 두 명이 가면 남은 사람들은 교통비를 얼마씩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했었습니다.

그래서 비온뒤무지개재단의 기금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전퀴모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받은 기금으로 2015년 11월에는 광주에, 2016년 2월에는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두 지역 모두 전에 방문한 곳이었지만, 새로운 지역을 가는 것보다 갔던 지역을 방문해,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15년 11월 28일에 간 광주에서는 전남대 성소수자 동아리 <라잇온미>와 함께 커밍아웃, 광주에서 성소수자동아리를 꾸려나가는 어려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에는 광주의 핫플레이스에서 광주에 사는 퀴어분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처음에 웹자보를 만들고, 함께 광주 사는 퀴어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을 때 누가 소중한 토요일 밤에 우리를 만나려고 할까 했지만, 좁은 술집을 가득 메운 퀴어분들을 보고는 적잖이 감동했습니다. 하룻밤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전퀴모가 다녀간 뒤 광주에 성소수자 동아리 하나가 더 생기려고 꿈틀대고 있습니다. 전퀴모가 지나간 자리엔 황무지에도 풀이 자란다죠. 그만큼 전퀴모는 위대한 것이지요. 호호.

2016년 2월에는 부산으로 가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생애기록 부산팀(이하: 부산팀), 부산대성소수자동아리, 부산의 거주하고 계신 퀴어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부산팀과의 수다회, 이어 있을 모임에 몇명이나 올까, 많이 와봐야 몇명이겠지 싶었지만 우리의 착각이었습니다. 지난번에 방문 했을 때는 부산대성소수자동아리 분들과 조촐한 만남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한 단체의 송년회만큼이나 많은 퀴어분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셔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마지막에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 장소가 협소해질 정도였으니까요. 암요, 전퀴모가 부산을 접수한거죠. 부산팀 분들과는 부산팀의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전퀴모의 야심작 퀴어클레이카드로 서로의 생애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놀라운 것은 부산에 있는 두 모임, 부산팀과 부산대성소수자동아리 분들이 서로를 너무 만나고 싶어 했는데, 전퀴모가 간 것을 계기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일을 꾸려가고자 했다는 거였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전퀴모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일만 하는 걸까요.

광주와 부산 방문 모두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움직이며, 일을 계획하며, 직접 비수도권에 사는 퀴어분들은 만나는 것은 늘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게다가 비온뒤무지개재단 덕분에 전퀴모 (시간이 되는) 일원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통비의 부담이 조금 줄어드니, 지역에 가서 할 프로그램도 차분히 구상할 수 있게 되고, 많은 사람이 함께 하니 역할분담도 나눌 수 있고, 서로의 장점들을 더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전퀴모는 더 많은 지역을 다니며, 더 많은 퀴어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눈부신 전퀴모의 활동의 초석을 다져준 비온뒤무지개재단에 감사를 표합니다. 

* 전국퀴어모여라의 사업 결과물은 전국퀴어모여라의 블로그 후기글들로 한번 더 확인 가능합니다.

2015년 11월 28~29일 광주 방문

2016년 2월 20~21일 부산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