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학술
[2024 이반시티퀴어문화기금사업] 홍예당의 <부산 퀴어 코미디 습격>사업명 | hyd.busan@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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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시티퀴어문화기금사업의 지원을 받은 퀴어문화협동조합 홍예당의 지원후기입니다.
1. 홍예당을 소개해주세요.
퀴어문화협동조합 홍예당은 ‘낮에도 문을 여는 퀴어 공간’으로서 서점을 운영하며, 부산 지역에서 퀴어와 앨라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주체가 되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소모임과 행사를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예당의 ‘퀴어 코미디 스터디’는 우리의 소수자성을 농담으로 승화하고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실험하기 위해 2024년 4월부터 모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신청하시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요?
사업이 공고 되었을 시점엔 홍예당의 퀴어 코미디 스터디가 이미 4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참여자들의 실력과 열정이 눈에 띄게 자라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빛나는 농담들이 홍예당 안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관객들에게 건네지고 연결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발표회를 ‘각 잡고’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3. 진행하신 사업의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홍예당에서 진행된 ‘퀴어 코미디 스터디’의 최종 발표회 <부산 퀴어 코미디 습격>을 진행하였습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기획을 구체화하고, 게스트 예나님과 서연님을 섭외하였습니다. 11월 23일, 부산의 드랙쇼 클럽 ‘타이트홀’에서 스터디 크루 7명과 게스트 2명, 총 9명의 무대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4. 이 사업을 통해 얻은 것 또는 의미를 공유해주세요. (사업성과 및 의의)
부산 최초의 퀴어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가 열렸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간 희화화되거나 조롱되었던 소수자성과 약자성이 이 무대에서만큼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많은 퀴어와 앨라이 시민들이 관객으로 와주셨고, 이후 코미디에 함께 도전해보고 싶다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게스트로 흔쾌히 와주신 서연님, 예나님을 비롯해 홍예당과 퀴어 코미디에 관심 가져주신 분들을 통해 부산을 넘어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농담과 웃음으로 연결되는 기쁨은 다시 저희의 동력이 되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5. 간단한 소감을 나눠주세요.
[수영] 나다움으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건 이렇게나 좋은 일이구나, 그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성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언제나 낙인이 되어 숨기기에 급급한 것이었고요. 일을 하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기더라도 어디 말 할 곳이 없으니 그건 결국 나의 치부가 되었습니다. 퀴코스에 꾸준히 얼굴을 내민 건 이 모든 괴로움을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주 크게 성공한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존재가 거절되지 않고 수용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렵지 않게 되기도 했고 발표에 적절한 발성 또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임이 좀 더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누] 저는 크리에이터로 외국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이후로 창작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홍예당의 퀴어코미디스터디를 통해서 다시 창작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왜이렇게 중요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특히 퀴어들의 가시성이 부족한 이 사회에서 우리끼리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껏 깔깔 웃는 공간이 주어진 것은 너무나 큰 치유와 희망이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살면서 겪는 엿같고 똥같은 것들을 반짝반짝한 금덩어리로 바꾸는 힘이 있는 듯 해요. 더 많은 퀴어들이 퀴코스를 통해서 힘을 얻고 깔깔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익명] 오픈마이크로 참여하게 된 익명의 참가자입니다! 성노동을 주제로 발표하는 인스타 영상을 보고 참여하게 됐는데요. 여태 아무리 퀴어프렌들리한 곳이더라도, 성노동에 대한 얘기를 하기가 꺼려지는 환경이 많아서 고충이 많았어요. 그런데 홍예당에서는 그런 고민 없이, 성노동자가 당사자성을 갖고, 일하면서 겪었던 일화들을 개그로 풀어낼 수 있었기에 고민 없이 퀴어코미디스탠드업에 참여하겠다 결심한 것 같습니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목소리나 웃음소리가 크다는 점이 늘 수치스러운 단점이라 여겼어요. 하지만 퀴어코미디스탠드업에서는 오히려 저의 큰 웃음소리가 필요한 때가 많았습니다. 전직 성노동자로써, 퀴어로써 당당하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저에게 많은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줬어요.
퀴어코미디스터디가 이미 시작된 이후에 들어와서 많은 발표를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선 몇 없는 소중한 기회들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퀴어, 혹은 소수자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퀴어 스탠드업 코미디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준 홍예당과 사업 지원해주신 재단에도 너무 감사드리는 마음이에요~
[운주] 오픈마이크로 참여하게 된 운주입니다. 스터디 때 2번 참여하고 오픈마이크를 하게 되었어요. 스터디 중 유행어 만들기, 나만의 퀴어스탠딩코미디 스토리 구성 등등을 준비해 다함께 피드백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시야도 웃음도 함께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공연을 할 땐 되게 떨렸는데, 홍예당에서 편한 무대 자리와 mc 진행으로 관객과 소통하듯 즐겁게 오픈마이크를 할 수 있었어요. 또 이미 퀴어코미디를 하고있던 분들을 초청해 후에 지역 코미디 자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까지 어디서든 함께 한단 감각을 받을 수 있던 자리들이었어요. 이런저런 소수자성으로 인한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자리라 그런가, 과정도 즐겁더라구요. 앞으로도 퀴어스탠딩 코미디에 꾸준한 관심이 생겨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을거에요. 스터디부터 공연까지 원활하게 진행시켜준 홍예당 가족들과 다같이 자리를 만들었던 무대 공연진들 고생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연말 소소한 행복 가지고 보내시길 바라요~!
[익명] 저는 사실 스터디에 딱 한번만 참석해 볼려고 정했던 사람이였어요. 그 한번이 두번이 됐고 세번이 되어서 정기공연의 오픈마이크까지 서게 되었네요. 아마도 녹화한 영상에서 나오는 반응들의 매력인 거 같습니다. 제 영상은 매번 비공개를 부탁드렸기 때문에 홍예당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 여러 지역의 집회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퀴어라고 밝히며 목소리를 내시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울러 며칠 전 트위터에서 '~탄핵정국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땐 지금만큼의 관심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걸~'이라는 루이님(@naughty_avocad0)의 트윗을 보았는데요. 부디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과 공간에 우리를 비롯한 다양한 존재들이 접근 가능하며 환대가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