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후기

활동지원

[2024 지역활동지원사업]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 <다함께 퀴어로 빛나는 제주>
사업명 jejuqc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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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동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은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의 지원후기입니다.

 

 

1.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를 소개해주세요.

 

평등의 인사를 전합니다. 평화를 사랑하며 성역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의 연합.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입니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는 2017년 처음 발족한 이후,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 기획 활동을 통해 제주 괸당 문화 속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도록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2. 신청하시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요? 

 

제주의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동질 집단이나 지지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이나 자아 존중감이 떨어지고 제주를 벗어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난 4번의 축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제주에 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인간으로서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며 함께 축제를 즐겼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긍심 행사 '제주퀴어프라이드(전 제주퀴어문화축제)'는 제주의 끈끈한 괸당 문화 속에서 배제당해 온 퀴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퀴어가 이 사회와 공동체의 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을 두드리는 공식적이고 안전한 장입니다.

 

제주퀴어프라이드는 지역 내 성소수자 가시화라는 목적과 더불어, 차별과 혐오, 배제에 그 존재로서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소수자의 광장을 쟁취하고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 내 왔다는 것에 있어 그 의의를 크게 갖습니다. 지역 내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배제되거나 줄어들지 않도록,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일상의 목소리가 되도록 하는 데에 있어서, 시민사회 안에서 제주퀴어프라이드가 계속해서 존재하며 꾸준히 그 가치를 일구어 나가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우리는 축제 등의 여러 활동들을 통해 다양성이 보장되는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도시 제주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청년, 여성, 노동자, 난민,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 인권을 가시화하고, 특히 제주지역 성소수자들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도 배척/혐오/차별당하지 않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제주퀴어프라이드의 전 과정에 있어 모든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소수자가 함께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주요 인권 평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3. 진행하신 사업의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2024년 7월 1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 ’다함께 퀴어로 빛나는 제주‘가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당일 예상보다 비가 더 많이 내렸으나, 다행히도 바람은 심하지 않아서 무사히 행사를 치러냈습니다. 다시 한번 궂은 날씨에도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축제는 크게 환영의 인사, 개회선언, 연대발언, 축사 영상 공개, 축시 낭송, 무지개축복식, 무대 프로그램, 장퀴자랑, 드랙 스토리아워, 부스 프로그램, 거리행진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년 만에 돌아온 축제이며 처음으로 집행위와 함께하고, 서귀포에서 여는 첫 프라이드였기 때문에 더더욱 환영과 환대의 마음을 담아서 여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프라이드를 열며, 집행위 소속 단위들과 각 지역의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분들이 연대발언으로 함께해주셨습니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이었지만 서귀포 앞바다를 배경으로 두는 공간 자체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좋았다는 피드백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라이드에서는 특별히 축사 영상이 준비되었는데요. 주한캐나다대사관, 허리케인 김치 님, 요조 님, 변영주 님의 축하 인사 영상으로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축사 영상과 더불어 이번 프라이드에서는 축시 낭송 순서도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서귀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원로 시인이신 문상금 시인께서 이번 프라이드를 위해 곶자왈처럼 모두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살자는 뜻을 담은 시를 직접 쓰고 낭송해주셨습니다. 각 분야의 다양한 연대자들의 축하와 연대 속에서 축제를 열 수 있었습니다.

 

부스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시만단체와 정당, 전국의 소수자 단위 및 기업, 대사관, 동네의 소수자 친화적 비건 베이커리 등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다만 궂은 날씨에 부스 프로그램 참여자의 수가 현저히 적어 아쉬웠다는 평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부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계속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피드백도 많았습니다.

 

이번 프라이드에서는 무지개축복식 등 새롭게 준비되는 프로그램 등이 많았는데요,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신 분들 중 자캐오 신부님을 중점으로 기독교 뿐만 아니라 모일 수 있는 모든 종교에서 모여 종교의 이름으로 성소수자 차별이 행해지는 것을 반대하며 연대하고 모두를 축복하고자 하는 말을 전하며 축복식을 진행했습니다.

 

당일 무대가 안거리와 밖거리 2군데로 나눠서 진행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수월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만 했습니다. 다만 비가 너무 많이 온 바람에 서클댄스 같은 경우는 참여자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워크숍의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해야만 했죠. 지난 3회 이후로 다시 돌아온 서클댄스 프로그램을 바다를 배경으로 두고 진행하게 되어서 더 특별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행진 시간에 폭우가 예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는데요. 폭우 속에서 행진을 진행하기 어렵겠다는 판단 아래, 현장에서 시간을 조정하여 행진을 일찍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행진 앞뒤로 프로그램을 재배치하였습니다. 행렬 맨 마지막에는 블로꾸뺄라지다 팀이 타악기 연주를 하며 행렬과 함께 하고 있었는데요, 블로꾸뺄라지다 팀만의 연주와 에너지로 행진이 무척 흥겹고 즐거웠다는 피드백도 상당했습니다.

 

행진을 끝내고 다함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공원으로 복귀했습니다. 복귀 이후 한 쪽으로 동그랗게 모여서 블로꾸뺄라지다 팀의 무대와 장퀴자랑과, 드랙 스토리아워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죠, 행진과 이어서 멋진 공연을 바로 시작한 블로꾸뺄라지다 팀 덕분에 참여자들이 한데 모여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즐거운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었습니다. 그 어떤 무대보다 참여자들의 흥을 끌어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제주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장퀴자랑 역시 이어서 진행하며 그 흥이 그대로 전달되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각자 드러내고 싶었던 본인의 끼를 내보이며 모두가 즐겁고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새롭게 준비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드랙 스토리아워는 드랙 퍼포머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으로,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드랙 퍼포머 백지님이 퍼포머로 활약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사랑한 무지개’라는 동화책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드랙 퍼포먼스에 낯선 사람도 쇼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프로그램 등 많은 것들이 처음이었던 만큼 조직위는 더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과 더불어 접근성 역시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한국농인LGBT+와의 협업으로 매번 아쉬운 피드백이 있었던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을 보완해서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실행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또한, 공원 경사길 아래에 위치한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동지원차량이 필요했는데요. 제주장애인권포럼의 인적, 물적 지원으로 행사장 한켠에 장애인이동지원차량을 배치하고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4. 이 사업을 통해 얻은 것 또는 의미를 공유해주세요. 

 

이번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는 제주 내 연대해오던 시민사회 단체 및 정당과 집행위를 결성한 후 맞이한 첫 프라이드였습니다. 또한 서귀포시에서 처음으로 열린 프라이드로, 서귀포 시내를 행진하며 서귀포시 시민들과 만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활동의 지속성을 고려하기 위해 집행위를 결성하였으나, 결성된 집행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을 준비하고 이끌어가며 시민사회단체들과 맞닿으며 소통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어요. 또한 막상 밀접한 관계를 맺기에는 거리가 있었던 제주 지역의 연대단위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프라이드에 직접 함께 기획/참여하는 공통의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모두의 프라이드라는 말이 아쉽지 않도록, 또 차별이 만연한 일상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대항하고 연대하는 것만이 나아갈 길임을 매년 실감하며 퀴어 당사자 뿐만 아니라 지지의 마음을 가진 앨라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고 고민하였습니다. 지지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앨라이지지선언 <움트는 지지의 마음까지도> 연대선언자 모집을 진행했습니다. 지지하는 작은 마음, 움트는 마음, 커다란 마음 모두 연대선언으로 동참해달라는 뜻을 전했는데요, 총 245명이 모집되어 짧은 기간에도 많은 연대의 마음들이 모여 선언에 동참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앨라이’되기를 직접 선언하고 실천하는 경험이 되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대선언자를 모집했던 저희도 또 선언으로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행사 당일 접근성을 고려하여 배리어프리팀을 구성한 것에 큰 의의와 성과가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전반에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준비하고, 부스 안내에서 수어통역과 영어통역을 실행했어요.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지원으로 공원의 장애인화장실 사용을 위해 이동 지원 차량을 운영한 첫 번째 프라이드이기도 합니다. 행사 전반에서 매번 상황이 어렵거나, 여력이 부족하다는 여러 이유로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채워가는 경험 속에서 새로운 깨우침과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당연함’의 기준치를 바꾸는 논의를 이어가며 실행한다면 못할 것이 없음을 공유했죠. 더불어, 행사 기획 속에서 문화예술팀, 단위들과의 협업으로 더 촘촘한 행사를 기획하고 완성해낸 경험을 쌓게 되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각자의 소감을 나누며, 다음을 기약하는 우리를 보며 모두에게 이 과정들이 힘들면서도 소중한 경험이며 그것이 가장 큰 성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5. 소감을 나눠주세요.

 

지난 2022년 제4회 제주퀴어문화축제 ‘모다들엉 퀴어의 섬’이 끝난 이후 조직위는 활동가들의 자원활동/노동으로 운영되는 조직위가 매년 축제 하나만을 위해 달리고 소진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축제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로의 단체명 변경은 ‘퀴어문화축제’라는 한 가지의 형태에서 확장해 더 다양한 문화 기획을 상상하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2024년을 열며, 제주에서 함께 연대하고 의지해오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모여 ‘2024 제주퀴어프라이드 집행위원회’를 결성하였습니다. 함께해왔고, 앞으로도 함께이기에 함께 만드는 ‘프라이드’를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 ‘다함께 퀴어로 빛나는 제주’는 크고 작은 도움들로 무사히 개최되었습니다. 흔쾌히 응원의 마음을 전하는 분들도, 낯설지만 알아가려는 마음으로 함께해주신 분들도 모두 모여 우리의 프라이드가 더 촘촘하게 빛났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마주 잡으며 이번 프라이드를 완성했습니다.

 

 

축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닫아낸 지금, 조직위는 또 다가올 다음을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함께해서 빛났던 제5회를 지나 제6회 제주퀴어프라이드는 또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프라이드를 함께 기대해 주세요. 여러분들의 응원과 연대가 프라이드를 더 풍성하게 만듭니다. 마음을 전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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