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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활동가에게건강을!] 우연히 만난 겨울 풍경 - 활동가A사업명 | contact@rainbowfoudatio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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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활동가에게건강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여행을 다녀오신 분의 지원후기입니다.
지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이 흐르고, 꺾이고, 마주하며 지역의 퀴어문화축제를 만들어 나가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햇수로는 7년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의 범위가 넓어지는 경험이 무척 소중했지만, 언젠가부터 목적지를 상실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실망스러운 마음을 다스리는 게 익숙해졌고, 친구들이 좋아해줄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는 다짐도 잊고 있었습니다. 작은 쉼표가 필요한 순간에 건강증진활동 사업을 소개받게 되었어요. 잠시 멈춰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물음표에 답을 매겨볼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같은 집에서 일상을 함께 보내는 소중한 친구가 있어요. 처음 성소수자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사업을 고민하고, 수행하고, 마무리 짓기도 했는데요. 제법 잘 통하는 사이이지만 집에서는 늘 함께하고 있는 축제에 대한 고민을 떼놓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제주의 겨울이 매섭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주에 가기로 했어요. 매일 저녁마다 제주에서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방 내일이 오고, 금방 주말이 오고, 이야기만으로도 지난한 하루를 보내는 큰 활력이 되었습니다. 막상 출발해야 하는 날에는 친구가 심한 감기에 걸려 함께 가지 못했지만, 제주의 눈을 볼 때도, 바다를 볼 때도, 하늘을 볼 때도. 영상으로, 또 전화로, 문자로 함께했어요.
3박 4일 동안 늦잠을 자고, 해안도로를 산책하다가, 차를 타고 나가 또 다른 바다를 보고 돌아오기를 반복했어요. 생각을 정리하려고 간 여행이었는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날에는 폭설이 내려 비행기가 모두 결항 되는 사건이 있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것 같아요. 이번 여행을 통해 저는 언젠가 또 지치고 말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지칠 때는 제주의 고요한 밤처럼 잠시 쉬어가면 된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도요!
[사진1] 숙소에서 만난 고양이에요.
[사진2] 돌아오는 날엔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되었어요.
[사진3] 숙소 앞 산책길입니다.
[사진4] 매서운 너울도 만났어요.
[사진5] 우연히 만난 겨울 풍경도 아름다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