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지역활동지원사업] 여러분의 마을에서도 작은 퀴어축제를 시작해보시면 어떤가요? - 산내성다양성축제사업명 | sypark032@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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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체/팀/활동가를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산내 성 다양성 축제’ 기획단 무지개 코딱지 입니다. 코딱지?! 팀이름이 왜 코딱지인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희는 지리산자락에서 시골퀴어축제 꿍꿍이를 3년째 만들어가고있는 마을 친구들이에요. 집행위원회? 운영위원회? 조직위원회? 같은 무겁고 딱딱한 말보다 별 볼일 없는 우리를 최대한 하찮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어느 한 친구가 장난삼아 던진 한 마디 “코딱지 어때?!”로.. ‘무지개 코딱지’라는 팀명이 생겼답니다. 이처럼 저희는 시골살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놀거리를 직접 꾸려보고자 산내 성 다양성 축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모양도 색깔도 모두 다르고 다양한 우리들이 이 마을에서 함께 어우러져 놀아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한 축제에요. 매년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도 전달하고 지리산 마고할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생태적인 축제를 만들어 신나게 놀아요.
2. 신청하시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요? (기획의도와 목표)
시골에는 퀴어에 대한 이해가 적다보니 마을 공동체 안에서 살면서 웃픈 에피소드들이 많았어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친구들이랑 수다떨다가 “우리 시골에서 퀴어축제 열어볼까?”하고 이야기가 시작됐어요. 마침 “시골에는 놀거리도 별로 없는데 우리가 직접 만들어볼까? 시골 퀴어 축제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하고 기획단을 모집했어요. 처음엔 풍성한 볼거리, 먹거리, 워크숍 등등을 준비하다보다 예산이 필요했어요.. 우연히 비온뒤무지개재단에 지역활동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청했어요. 공연자들에게 교통비라도 지원하고 싶어서요.
이렇게 놀자고 시작한 축제가 준비하다보니 코딱지들에게는 일이 되버린 경우도 있더라구요. 정산하고 서류 작성하고.. 사실 올해는 지원금 신청없이 축제를 꾸려가보려고 했는데, 사전행사로 영화제를 제안한 코딱지가 있었어요.기후위기, 동물권, 퀴어, 드랙 과 같은 시골에서는 생소한 주제들의 영화를 소개하고 싶어 다시 지원금을 신청하게 되었어요. 감독과의 만남 시간도 준비하고,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준비했어요. 덕분에 영화제도 성공적으로 치루고, 남은 지원금으로는 함께 준비한 친구들 교통비, 식사비, 숙소 및 장소 대여비 등으로 필요한 곳에 잘 쓰고 행사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3. 진행하신 사업의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사업내용 및 과정)
제 3회 산내 성 다양성 축제는 열린기획으로 준비했어요. 기획단은 오픈톡방, 공유구글독스를 이용해서 소통하고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유하며 진행했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준비 과정을 함께 알고, 각 자가 도울 수 있고 맡을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코딱지 친구들에게 부담이 되는 일들이 많으니 그 일들을 참여자들과 나누고 함께 축제를 준비하고 싶어서 생각해낸 방식이에요.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이 모여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는 느낌이었어요. 산내 성 다양성 축제는 이틀간의 사전행사(영화제, 워크숍, 야외활동 등)으로 먼저 축제를 웜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올해는 특히 기획단 이외에도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다양한 시간을 직접 꾸려주어서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행사 당일에는 멋진 풍물놀이와 생태 장터로 문을 열었어요. 15팀의 장꾼들이 비건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일회용품이 없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쓰레기 없는 장터를 열어주었어요. 이어서 7팀의 다채로운 음악 공연들, 50대 에코페미니스트의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싯다운트래지 공연도 있었고요.
1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축제에 찾아와주셨고, 마지막 무지개 대행진 피날레까지 멋지게 장식해주셨어요. 해가 뉘엿뉘엿 질때즈음 마을 길목에 무지개깃발을 펄럭이며 행진하는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다같이 행진이 끝나고 람천교 다리위에서 댄스파티도 가지고 다양한 모습들을 한 사람들이 각자의 모습 있는 그대로 반짝이며 빛나던 날이었어요.
4. 이 사업을 통해 얻은 것 또는 의미를 공유해주세요. (사업성과/의의)
덕분에 3년째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올 해는 특히나 따로 섭외하지 않았는데도 1회 때부터 늘 함께 해준 공연자 친구들도 있었어요. 다른 지역에서 놀러온 손님들도 많이 있었지만, 반가운 얼굴들도 많았어요. 코로나로 한동안 멀어져있던 서로를 따뜻하게 포옹하고 챙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잘 지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안부를 물으며 눈 맞춤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날이었어요.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것을 축제 온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거라 생각해요.
축제를 통해 50만원이라는 큰 후원금이 모였어요.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에 애쓰고 계시는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에 ‘925 지리산기후행동의 날’에 후원금을 전달했어요. 지리산이 지금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우리 곁에 존재할 수 있도록, 지리산을 지키고 보존하는데 잘 쓰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 활동 사진이나 간단한 소감을 나눠주세요.
지리산 자락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행진할 수 있는 감동을 3년째 느낄 수 있다니. 3년차 시골 살이 중에 가장 행복한 여름이었어요. 올해는 특히나 역대 최다 손님을 맞이했던 축제였어요. 많은 관심과 응원의 마음으로 산내 성 다양성 축제에 놀러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대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열리는 퀴어 축제는 조금 더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커다란 발자국보다 작지만 여러사람들의 발자국이 지구에는 더 도움이 된대요. 여러분의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작은 퀴어축제를 시작해보시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