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금 신청서에 기금으로 노트북을 사겠다고 적었습니다. 저에게 노트북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전자기기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오래된 노트북을 사용하다보니 무게도 무겁고 충전기를 꽂지 않으면 작동하지도 않아서 바깥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소수자 대학모임 연대체에서 활동하면서, 학교모임을 운영하면서, 조그마한 공동체에 이런저런 글을 기고하는데 있어서 저의 오래된 노트북은 제 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런 제약을 극복해보고자 기금을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서 작고 가벼운 노트북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제 생활에 여러 소소한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가고, 짬(?)을 내서 활동을 하는 저에게 ‘가벼운’ 노트북은 참 큰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가방 안에 넣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예전 노트북 대신 새로 산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이러저러한 업무들을 처리했고, 항상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서 해야만 했던 일들을 틈틈이 할 수 있게 되어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을 한결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저에게 급한 일이 있을 경우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 가방 무게가 줄었다는 것 자체도 커다란 변화이고요. 새 노트북 덕택에 일상생활에서 작지만 저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던 부분들이 상당부분 해결된 것이죠.
저는 기금 신청서를 작성하며, 저에게 글을 쓰는 것의 의미에 대해 적었습니다. 학내 언론 기고, 세미나 발제문 작성, 학교 모임 문서 작성 등은 항상 저에게 누군가와 소통하고 대화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보다 여유롭고 편안한 환경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히 업무, 글쓰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글을 쓰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을 통해 보다 양질의 결과물들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 노트북으로 한양대학교 총여학생회 백서에 기고문을 작성하기도 했고, 학교 수업의 과제물이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게이 문화를 공부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생산하고자 하는 저에게 그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에게 ‘이창국 기금 활동가 생기충전기금’은 정말 그 이름에 딱 걸맞은 결과들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 소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들을 가능케 해주고,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이 변화들을 더욱 크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생기충전’의 계기를 마련해주신 비온뒤무지개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