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라인 쇼핑몰 <레인보우스토어>를 운영하는 선영입니다.
홈페이지 : rainbowstore.in 트위터 : @Rainbowst0re
저는 아직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칭하기가 어색하고 부끄러운 풋내기입니다.
벽장을 열고 나온 지 두 해가 되었고, 두 번의 축제에 기획단으로 참여했습니다.
연애 못하는 벽장으로, 혹은 가짜 이성애자로 적당히 연애하다
적당히 결혼하지 않을까 싶던 삶이 지난 두 해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지요.
몇 년 전 호주 NSW주 상원에 동성혼 합법화 법안이 상정되었을 당시,
저는 시드니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주요 일간지가 여섯 페이지에 걸쳐
동성혼 합법화에 대한 총리후보들의 입장을 보도하던 때였지요.
한국에선 막연히 먼 미래라 생각했던 일들이,
같은 시간 같은 땅을 밟고 선 누군가에겐 오늘의 현실이었습니다.
부럽고, 또 설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노력한다면,
내가 누구이건 자유롭게 사랑하고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가
조금은 서둘러 올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벽장문을 조금 열고,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축제 기획단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내가 나를 드러내는 해방감을 경험했고, 많은 성소수자들과 활동가들을 만나고,
다양한 단체와 활동을 접했습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도 그렇게 알게 되었지요.
제가 벽장 속에 꽁꽁 숨어사는 동안,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성소수자 인권향상을 위해 애써오고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도 처음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혐오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엔 많은 어려움과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저 개인으로서는 사실 그렇게 어마무시한 일도 아니었어요.
스스로를 벽장에 가둔 건 구체화되지 않은 두려움과 막막함이었지만,
실체화된 혐오는 조금 진저리가 날 뿐 그리 무서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함께 싸우고 버텨줄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실상, 혐오보다 더 어마무시하게 무서운 것은 재정난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후원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고,
활동에 필요한 자금은 언제나 부족했습니다.
상근 활동가가 더 필요하지만
활동비를 지급할 재정이 되지 않아 인력난에 허덕이는 곳도 많았습니다.
축제 또한 거세어진 혐오세력의 공격에 많은 난관이 있었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지만 재정은 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사무처에서 기념품 사전판매를 도우며 생각하게 된 것이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후원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이었습니다.
누가 어떤 상품을 만들고 어떤 후원을 필요로 하는지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언제든 방문해 정보를 얻고, 물건을 사고, 그 수익으로 후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레인보우스토어>는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자와 소비자는 퀴어를 위한 제품을 사고 팔 수 있고,
그 수익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환원하는 쇼핑몰입니다.
올해 5월 오픈해서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공식 기념품 판매처로 후원 물품을 판매했고,
다양한 자체 아이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번에 비온뒤무지개재단에 보내는 기부금은
<레인보우스토어>의 첫 자체 아이템을 판매한 수익 일부입니다.
축제기획단 활동으로 인해 축제에 부스를 낼 수 없는 사정을 알고
재단 부스에서 위탁판매를 맡아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적은 금액이나마 저에겐 뜻 깊은 첫 수익의 일부를 재단에 기부합니다.
이제 갓 걸음을 내딛은 <레인보우스토어>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을, 최대한 즐겁고 씩씩하게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보내는 기부금보다 더 많이 후원하고,
더 많은 단체의 활동을 도울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끈질기게 해나간다면, 벽
장을 열고나오며 꿈꿨던 그 날도 언젠가 현실이 되겠지요.
함께 걷다보면 그리 먼 길도 아닐 거예요. :)*
레인보우스토어 홈페이지 : rainbowstore.in 트위터 : @Rainbowst0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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