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학술
레즈비언 액티비즘의 세대를 넘어 퀴어하기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의 후기 입니다.<세대를 넘어 퀴어하기 :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퀴어’라는 명명 안에 가둘 수 없는 우리들의 다양하고 생생하고 이야기
우리가 서로 다르게 지나오고 살아낸 시간들을 나누고, 모아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우리’이면서 동시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의 삶을 소중히 나누고, 세대와 삶의 방식, 우리 안의 차이를 넘어 연결감과 연대감을 획득하는 장을 열고자 하는 마음으로 <세대를 넘어 퀴어하기 :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수다회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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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무지개 재단 이반시티 퀴어문화기금의 후원과 말하기 참여자들의 풍성한 이야기, 시종일관 서로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참여자들의 눈빛으로 꽉 채워진 수다회의 넘치는 감동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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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를 넘어 퀴어하기 :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행사 사진
1부 세대연결
20대/퀴어커뮤니티 운영자 휘리 님
"과연 인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나는 어떻게 다른걸까,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궁금해졌어요. 그게 저의 모든 퀴어활동의 시발점이었어요. "
스스로를 “멋 모르고 퀴어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말하는 휘리 님. 하지만 지금 지역에서 누구 보다 열심히 활동하는 퀴어 활동가랍니다. 퀴어 활동가로서의 고충과 고민 그리고 나와 주변 사람들이 덜 아플 수 있는 방향으로 배워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범성애자로 젠더 역할 갈등을 겪고 있다는 20대 자영 님
내가 나로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정체화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웠지만, 주변인의 아우팅을 보면서 두려워졌다고해요. 젠더 역할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파트너의 성향에 따라서 기대받는 젠더 역할이 다를 때가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구요. 하지만,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퀴어 친구들을 찾아 만나고, 인권동아리를 만들어 열심히 공부하며 때로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열띈 토론도 한다는 자영 님.
늘 새롭게 정체화하고, 생기있게 일상을 부대끼는 자영 님의 에피소드 들이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과 활기를 전해준 시간이었습니다.
30대 기혼 이반 기린 님
“기혼 이반의 퀴어하기” 라는 주제로 경험을 나눠주셨는데요. 아우팅으로 곤혹을 치루셨던 경험이 있는 기린 님은 제도적 결혼 후 가장 좋은 점에 대해 더 이상 레즈비언으로 패싱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으셨습니다. 동시에 가장 안 좋은 점이라고도 하셨는데요. 제도적 결혼이 ‘나’를 헤테로섹슈얼로 강하게 패싱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기혼 이반으로서 시즈젠더 여성으로서 제도권 결혼에서 겪는 어려움과 결혼과 동시에 ‘배신자’가 되어야했던 경험에 대해서 들려주셨어요. 시즈젠더 여성에게 결혼은 과연 토큰 인가 하는 고민과 함께 논모노섹슈얼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린 님이 모노섹슈얼 공간에서 보다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를 말씀해주셨을 때, ‘여성’으로서의 현실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이름표를 붙여 내 특권에>라는 팀을 만들어 기혼여성-퀴어 당사자-나-기린이라는 인간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기린 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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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현수막 사진
“마이퀴어-퀴퍼 그래프 : 대구에서 퀴어활동가로 산다는 것”
40대 퀴어활동가 진교 님. 본인이 20대 때는 긴 머리 스타일의 여자 둘이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해요. 성별이분법적인 인식이 레즈비언 내에도 존재했고, 소위 말하는 남성적 역할과 여성적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었던 거 같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러한 구별이 무의미 하게 변하고 있고 시대가 변하면서 ‘부치’로서 나를 드러내던 옷차림도 기지바지-골프웨어-유니섹스 스타일로 변천사를 겪으며 지금은 나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옷차림도 크게 거부감이 없어지셨다고 해요.
“왜 퀴어문화축제는 서울에만 있어야 할까?” 라는 고민과 ‘지역에서 성소수자가로서 나를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해 온 것이 올해로 9년째라고 하는데요. 오랜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년의 부모님과 가족들이 자신의 성적지향을 알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함께 하는 파트너와 그의 가족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지역의 퀴어활동가에게 ‘나’를 드러낸다는 것 그리고 아웃팅은 끊임없는 고민인 것 같습니다.
40대/바람
바람 님께서는 아이가 있는 파트너와의 오랜 연애, 그리고 내 삶에 스며든 일상을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러웠던 커밍아웃의 경험 들도 들려주셨어요.
“레즈비언 정체성은 나를 구성하는 일부이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능한 편하게 드러내며 살아가려 한다. 스스로를 타자화하지 않는 삶이고 싶다.” 는 바람 님.
‘레즈비언으로 어떻게 혼자, 혹은 함께 살아가야하지?’라는 질문에
“레즈인 건 나의 일부일 뿐-누구의 삶이든 특별하다” 라는 바람 님의 명쾌한 답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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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장 사진 : 함께해준 단체소개 (가)경상지역성소수자연합준비모임
레즈비언타운 꿈꾸는 50대 C 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준 비슷한 나이대의 커뮤니티. 현재의 나를 지탱해주는 파트너와 누구나 함께 할 수있는 제주도에서의 레즈비언타운을 꿈꾸는 50대 C님
“안불러줘서 안나온다” 고 하시면서 서면으로 대신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거나, 실패자의 길을 걷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오늘만 살아갔으면 하구요.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다가올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말이죠.
지금 잘 해나가고 있다고, 여전히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을 당연시 여겨서
20~30대 레즈비언이나 비혼을 선택한 여성에게 압박으로 다가오겠지만, 지금껏 그랬듯 잘 버텨낼거라고,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지금 걷고 또 앞으로 걸으려는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들이 있으니까 용기내라고 하고 싶네요.
나는 나이든 세대라서, 결혼도 했었고 자식도 있지만 여성이기에 강해져야 할 이유들이 존재하니깐, 엄마는 강하다잖아요. 근데 엄마보다 더 강한 여성이 바로 레즈비언이고 비혼여성이더군요.
당신도 당신의 어머니, 아버지, 언니, 오빠, 동생에겐 소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고 당당하게 당신의 삶을 살아가요.
그리고, 꿈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젊었을 때 가졌던 꿈이 뭐였는지 잊었더라고요,
지금 내 꿈은 공동체를 만드는거예요,
내가 누구든 네가 누구든 원하면 누구든 입주가 가능한 그런 공동체.
그게 내 꿈이예요.
50대/대구최초 공개오프라인 레즈비언모임 와이낫 창립회원 백두 님
“정체성을 알게 된 10대, 안정을 찾아간 대학에서 만난 학생운동, 그리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준 사람들. 그 만남들로 인해 나는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친구들과 함께,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그런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찾아다니고, 만들었던 경험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언제나 곁에서 묵묵히 함께하고 계신 백두 님, 또 다른 동굴에 있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픈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2부 퀴어연결
“초보의 퀴어하기:익명과의 접속에서 느낀 단절감에 대해”
자신을 20대 늦깎이 탐색자라고 소개한 뚜비 님, ‘퀴어 판에 뛰어든 초입’, 성소수자 내에서도 성향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 가져다 준 정체성 혼란과 온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교류로 쉽고 가벼워진 만남에 대한 경험, 아웃팅 우려로 서로를 경계하다 보니 사람 대 사람으로서 교감할 수 없는 현실을 나눠주셨습니다. 어느새 자신도 ‘값 싼 사람’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는 뚜비 님.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하고픈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퀴어로 살아가기”
퀴어페미니스트 예술가 네트워크를 꿈꾸는 페미니스트-예술-실천 페미광선 아스피린 님. 역사 속에서 퀴어 예술가들이 주류 이데올로기의 입맛에 맞도록 지워지고, 탈색된 채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던 사례들에 대해 나눠주셨는데요. 이는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폭력이라고 합니다. 표면적으로 자유롭고 진보적으로 보이는 문화예술계에서도 퀴어들의 존재는 가려지고 은폐되어 왔는데요. 아스피린 님은 퀴어 예술가들의 정체성이 검열되고 삭제당하지 않는 공간-네트워크를 꿈꾼다고 해요.
지역 문화예술계의 현실과 현재 페미광선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도 소개해주셨는데요. 살아오면서 “페미광선과 함께 한 이 짧은 순간, 유일하게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말에 함께 울컥하기도 했답니다. 아스피린 님의 그 순간이 지속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런 안전함이 당연한 일일 수 있기를 함께 꿈꾸고, 실천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퀴어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고 싶은 다노 님
“커뮤니티 내 성폭력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주제로 커뮤니티 내에서 있었던 성적 괴롭힘과 스토킹 사례를 공유해주셨는데요. 커뮤니티 안에서의 ‘관계’를 걱정하며, 피해를 말하지 못했던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우리 안의 인권침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당당한 삶을 찾아가는 행복한 여행자 정연 님
“레즈비언 속에서 MTF 트랜스젠더로 활동하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주셨는데요. 정체화 과정,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활동의 시작 그리고 엄마를 설득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과 엄마의 변천사까지 재치있는 입담으로 전해주셨습니다. 지역에서 트랜스젠더/트랜스젠더 운동을 어떻게 가시화할지 고민했었다는 정연 님은 이제 당당히 나를 드러내고 존재하고, 활동하는 것 자체가 그것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합니다. 정연 님의 활동과 행복한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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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사진
3부 테이블토론
11명의 말하기 참여자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따뜻한 눈빛으로 함께한 참여자들과 함께 테이블 토론을 하는 시간도 가졌었는데요. “오 마이 연애 & 파트너쉽”, “퀴어커뮤니티 활동 오똑해?”, “직.업. 현장에서 안전하기, 드러내기, 연결하기”, “우리 안의 인권 - 퀴어 커뮤니티 내 인권침해 공동체적 대응은?” 등의 주제로 치열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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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위의 구속과 올랜도 참사 1주기를 즈음하여 함께했던
<세대를 넘어 퀴어하기 :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누군가는 잊혀진 죽음이 되고, 누군가는 차가운 감옥에 갇혀있지만
기억하고 모이고 떠드는 우리의 존재가 가장 큰 힘임을 믿으며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그런 존재로 곁에 있어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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