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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IP의 청소년 성소수자 관계 맺기 프로젝트 <퀴즈> 후기청소년 성소수자 관계 맺기 프로젝트 <퀴즈>는 ‘각자 함께 풀고 싶은 <퀴즈>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과 ‘혼자서는 풀지 못할 퀴즈를 함께 푼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사업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내 집단’ 및 지지 기반을 만드는 데 QIP가 함께 하고 싶어 기획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지역활동응원기금을 받아 점차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었습니다.
<퀴즈>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부족한 지역 사회의 현실에서 지역의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갖는 ‘당장’의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나’에 대해, 서로에 대해 궁금해 하고 알아가는 것이 관계 맺기의 시작이라는 <퀴즈>의 의미에 따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장 많이 가졌습니다. 물음표를 만들고 그 빈칸을 채우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의문들과 응답들, 혼자서 끙끙대며 풀었던 것 혹은 풀지 못한 것들이 하나둘 나왔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제는 혼자 푸는 것보다 나눠서 푸는 것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풀린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퀴즈는 함께 풀어야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고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별로 고민이랄 건 없어요. 그냥 나도 만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 “사실 고민이나 힘든 점은 없어요. 다른 문제들에 치여 이 부분은 항상 뒷전이었어요. 과거에도 지금도 성 정체성을 숨기는 게 쉽고 당장의 고민은 없어요.”, “성소수자라고 하면 고민이 있을 것 같지만 항상 심각한 고민을 떠안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평상시 생활에 익숙해 하지 않던 고민을 다른 누군가가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자신도 다시 생각하게 된 것들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구체적인 고민보다도 생활하면서 문득 드는 괴로움과 답답함으로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는 대개 ‘사람’에 있었습니다. 나 자신 그대로 있어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 사람과 집단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해서 좋았던 점 또한 ‘사람’에 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상과 너무 다른 온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다고 말입니다. 언제부터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려워졌을까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에도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 첫만남,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 이 공간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 혐오를 먹고 자란 나무과 잎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