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후기

활동가복지

[2023 활동가에게 건강을!] 막막한 와중에 창문을 내어준 서울 2박 3일 나들이 - 낙원
사업명 fino0518@gmail.com 

2023년 활동가에게건강을! 지원사업을 통해 여행을 다녀오신 낙원님의 지원후기입니다.

 

1.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광주(광역시) 지역의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낙원이라고 합니다. 2021 4월부터 22 8월까지 광주의 성소수자 상담센터이자 인권단체로써 활동했던 큐앤아이(Q&I)에서 대표로 활동하며 운영과 사무 및 각종 행사 및 활동을 전반적으로 기획, 담당 및 관리했습니다. 이때부터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시작하여, 주로 지역에 주목하여 퀴어와 교차시켜 다각도로 퀴어와 지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하여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정체성과 지향점을 가진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각자의 관심사와 운동의 집합점을 교차시켜가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성소수자부모모임 & 김비 작가 그리고 지역의 성소수자가 함께 이야기 나누는 <달려라 무지개호> 토크 콘서트를 주최했으며, 12월에는 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하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광주 청소년·청년 기후행동 동아리 일점오도씨,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와 함께 <당신과 나를 잇는 차별금지법> 이라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1부 ‘전국 차별금지법 제정 네트워크 전국간담회’ 와 2 <당신과 나를 잇는 법> 영화상영회를 통하여 지역 의제, 청년, 퀴어, 젠더, 페미니즘, 장애, 기후, 비거니즘, 노동, 빈곤 등을 주제로 하여 반차별에 대해 교차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인권도시라고 불려지는 지역에서 사회 담론으로는 화석(...)처럼 묻혀있는 퀴어라는 정체성으로 사회 운동이라는 큰 바다를 처음 접한 만큼, 앞으로도 지역, 그 중에서도 광주와 5·18을 퀴어링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제 활동의 첫 동기이고 출발점이자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적지 중 한 곳입니다.

 


2. 신청하시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요?

 

지역에서 퀴어 활동을 한다는 건 그나마 존재하는 퀴어 인권단체도 없는 마당에 당연히 수익적, 직업적 안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으므로 일터는 무조건 따로 둔 채로 비상근 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피해갈 수 없는 척박한 현실을 마주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 간 퀴어 활동을 해오며 동시에 아슬아슬한 경계를 두며 일해왔던 직장의 대표에게서 작년 여름에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고, 그로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동안 불안정하게 육체 노동 및 서비스업 업무와 함께 활동을 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이 동시에 닳아진 상황에서 성희롱 및 성추행 피해를 겪으니 그대로 확 고꾸라지듯 무너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그저 사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만으로 지원사업에 신청해도 되나?’ ‘내가 사업에 지원받을 자격이 있나?’ 이 사업에 신청하기 전까지 계속 망설이고 스스로 갈등하고 질문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피해는 활동과 아무런 관련 없는 활동 이외의 사적인 일이 아니라는 깨달았습니다. 제 피해사실을 알고 있는, 다른 어떤 활동가들 혹은 단체들이 어찌됐든 그 공간을 통해 사적으로 영화를 관람하거나, 일적으로 무언가를 교류하거나 (이러저러한 이해관계로 >어쩔 수 없는 게< 가장 크겠지만.. 동시에 이게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죠) 하는 등.. 발걸음을 끊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그 공간에 갈 수 없었기에 활동반경이 많이 축소된 걸 느끼고 있어요. 많이 막막하고 망연하고 한편으론 화도 났습니다. 그 좁은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고 지인의 지인이 불특정하게 분포해 있다는 지역의 특성이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지역의 현실이 활동가로서 더 레벨업을 해야 하는 상태에 있는 제가 활동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꽤 발목을 잡더라고요. 그래서 힘들어하던 중에 고민하다 서울로 잠시 여행도 다녀오고 일자리도 구할 겸 여행 자금 중에서도 숙박비를 위해 지원사업에 신청했습니다.

 


3. 진행하신 사업의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1122 수요일부터 24 금요일까지 서울에 3일동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재단 덕분에 오랜만에 새로운 에너지와 좋은 기운 가득한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면접도 보고 합격이라는 결과도 얻었어서 과거의 여파에서 머무르는 시간에서 벗어나서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동기와 자극도 얻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재단의 지원을 통해 좋은 숙소에서 묵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힘듦이 좀 더 씻겨져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4. 이 사업을 통해 얻은 것 또는 의미를 공유해주세요.

 

말이 있으면 제주로 보내고 퀴어는 서울로 보내라는 누군가의 명언이 다시한번 뼈와 뇌 속 깊이 고루 새겨지는 여행길이었습니다. 서울의 퀴어단체과 여러 행사, 공간들의 존재감을 느끼며 저도 함께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달까요? 이때의 서울여행이 없었다면 제가 얼마나 혼자서 침잠해 있었을지 싶어요. 재단의 지원 덕분으로 지원했던 단체에 면접도 잘 봐서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자존감이 낮아져 있던 시기에 새로운 동기부여와 자존감 회복을 얻을 수 있었어요. 활동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더욱 잘 이어가고 싶고, 잘 살기 위해 계속해서 더 노력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된 동기부여와 휴식의 시간이었습니다

 

 


5. 활동 사진이나 간단한 소감을 나눠주세요.

KakaoTalk_20231222_074241888.jpg

 

KakaoTalk_20231222_074241888_01.jpg

 

옵신 공연.jpg

옵신페스티벌 리미니 프로토콜의 <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

 

 

서울 여행 중 관람했던 인상깊은 공연의 사진으로 대신할게요. 여행 중에 관람했던 공연이 끝난 직후에 찍었던 사진이에요. 10년 뒤 저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질문하고 바라고 상상하게끔, 몇 년째 막혀 있던 미래를 그려보고 상상하는 길의 막혀있던 물꼬를 터준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게 오랜만이어서 이 경험이 좋았어요. 재단의 지원 덕분에 다녀온 여행이 또 저에게 그런 경험이었고요. 이번 여행을 통해 의미를 얻었던 건, 10년 뒤에는 제가 지금의 고통스러운 사건의 터널들을 잘 통과하여 더욱 단단한 좋은 어른이자 영화인, 그리고 활동가가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미래의 ‘나’를 이제는 실체로써 그려보게 됐다는 점이에요. 여러분도 얼마 남지 않은 연초 안으로 10년 뒤의 스스로의 모습과 세상을 한 번쯤 잠깐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 

 

불안정이 세상의 기반인 흔들리는 사회의 이 시점에서 이 글을 읽으실 모두들 한해동안 무력한 틈을 쪼개고 투쟁하며 활동해온 것 자체가 어떤 면으로는 분명히 치열했을 것이고, 그러므로 작년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엇보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활동과 사업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을 받고 기운을 얻고 있어요. 정말 응원하며, 저도 올 한해 비온뒤무지개재단과 재단의 활동가 분들, 또 퀴어들의 안녕을 기도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봅니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