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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미국 시애틀에서 토끼한마리 회원님의 활동 소식이 도착했어요!
2024-12-19 오후 17:59:23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기부회원분들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퀴어앨라이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오늘은 미국 시애틀에 거주 중인 토끼한마리님의 지난 프라이드 먼스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시애틀의 프라이드 시즌에는 어떤 일들이 있고, 토끼한마리님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생생한 현장 사진과 함께 공유해요!

 

 

 

 

[[ 미국 시애틀 퀴어 일기 ]] by 토끼한마리

 

 

#1 일상에서 느낀 자유로움

 

- 워싱턴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이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 상점, 대학 캠퍼스에 이르기까지 무지개 깃발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 대학에는 성중립 화장실이 건물마다 설치되어 있었으며, 서점에도 퀴어 도서 코너가 당연한 듯이 마련되어 있다. 시애틀에서 퀴어 도서만 다루는 서점(Charlie’s Queer Books)에도 가 보았는데,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큐레이팅 되어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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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포틀랜드의 유명 대형 서점 ‘Powell’s City of Books’에 마련된 퀴어 도서 코너

(중) 시애틀에서 운영 중인 Charlie’s Queer Books, 도서관과 연계해 온라인 북클럽도 진행 중.

(우) Charlie’s Queer Books에 손글씨로 큐레이팅 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 킹카운티 공립 도서관에는 어린이를 위한 퀴어 도서 추천 코너(좌)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념 추천도서 코너(중)가 크고 아름답게 마련되어 있었다. 무지개 동화책 낭독회, 퀴어 청소년 자조 모임과 북클럽, 퀴어 글쓰기 모임, 퀴어 아티스트 모임, 트랜스젠더를 위한 젠더 긍정 옷 수선 워크샵(우) 등도 매달 열리고 있다. (여기에도 도서관에 민원을 넣어 퀴어 도서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사서들은 아랑곳 않고 성소수자 친화적인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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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회화나 북클럽 모임에서는 자기소개를 할 때 어떤 성으로 불리기 원하는지 젠더 대명사를 함께 소개하는 것이 일상적. 예를 들어 남성, 여성 어느 쪽으로도 불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젠더 대명사를 they/them으로 소개한다.

 

- 멋지게 코스프레한 ‘양덕’들을 만날 수 있었던 SF 컨벤션 행사에서도 ‘마블과 DC 슈퍼히어로 만화에서의 LGBTQ+ 묘사가 미국 내 퀴어 독자들의 내적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세미나가 열리거나 퀴어 SF 추천도서 리스트가 배포되는 등 다양성을 포용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성소수자 청소년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 Free2Luv가 마련한 프라이드 라운지도 인상적이었다. 
 
 

07 (웹사이트 캡처).png

 

참고: https://free2luv.org/pride-lounge-emerald-city-comic-con/

 

 

#2 동네 사람들이 놀러 오는 자긍심 축제

 

- 우리나라의 ‘구’나 ‘동’에 해당하는 작은 행정구역마다도 펼쳐지는 자긍심 축제. 행진을 할 정도의 규모가 아니면 공원을 빌려 여러 단체가 부스를 여는 형태로 진행되고, 각 행정구역의 지방자치단체(공무원)도 긴밀하게 협조하거나, 행사를 주도한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인 6월을 맞이해 많은 도시 시청에서 무지개 깃발을 게양하지만, 그렇지 않은 도시(워싱턴주 뉴캐슬)에는 앨라이들이 청원을 넣어 게양을 이뤄내기도 했다. 

 

- 우리 동네(우딘빌)에서 열린 자긍심 축제에서는 아시아의 성소수자를 조명하는 부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예를 들어 중국 역사 속에서 성소수자 스펙트럼에 속하는 위인들을 찾아내 조명하는 패널이 있었다. 한국의 경우도 분명히 있을 거라며, 혹시 떠오르는 위인이 있다면 같이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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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가족단위로 동네 퀴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우) 중국의 성소수자 위인들 소개 패널

 

 

-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도 각 도시에서 행사가 열리는데, 나는 워싱턴 동부를 아우르는 성소수자 지원 단체 East Pride PNW의 일원으로 커크랜드 시의 독립기념일 기념 행진에 참가했다. 자긍심 행사가 아닌 데도 우리가 행진할 때 시민들이 환호하고 응원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벅차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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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장은 옷을 위한 것이지,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은 소품. ‘커밍아웃’이 ‘Coming out of the closet’이라는 표현에서 유래한 만큼,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East Pride PNW의 멤버들이 손수 만들었으며, 이 소품 덕분에 행진 단체 중 최고상인 Best In Show Award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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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행진을 함께 했던 East Pride PNW의 멤버들              (우) 신나게 행진하는 나

 

 

#3 댕댕이와 함께하는 자긍심 행진

 

- 반려견 인구 비율이 높은 이곳에서는 댕댕이도 자긍심 뿜뿜! 반려견과 함께 자긍심 행진을 할 수 있는 Paws & Pride는 올해 2회를 맞았는데, 1회 때 예상 외로 흥행해 장소를 시내 중심의 큰 공원으로 옮겨 진행되었다. 성소수자 지원 단체나 성소수자 친화 기업들이 부스를 낸 것은 여타 자긍심 축제와 다르지 않았지만, 각 부스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무료 간식을 나눠주고, 곳곳에 동물들을 위한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무대에서는 드랙퀸 MC가 진행하는 반려견 코스튬 경연 대회가 열렸고, 무지개빛으로 치장한 귀여운 강아지들이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 나도 East Pride PNW 부스를 담당하면서, 행진 결승점에서 참가 기념 목걸이(무지개 디자인의 반려견 이름표)를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했다. 평소 성소수자 관련 이슈에 관심이 없었지만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여서 구경 온 시민도 많았는데, 편견 없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또, 무지개 로고 조끼를 입은 경찰관들이 함께해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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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웹사이트에서 발췌).jpg

 

- 참고 링크: https://www.bellevuedowntown.com/paws-and-pride-dog-walk

 

 

 

#4 시애틀 프라이드 퍼레이드: 역대급 규모의 축제

 

-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시애틀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며 매년 6월 마지막주에 열린다. 행진에 참가하는 단체만 250개가 넘고 군중은 30만명이 넘게 운집한, 그야말로 모든 이를 위한 축제. 시애틀 시민들에게 자긍심 행진은 일찍부터 좋은 자리를 잡고 즐기고 싶은 볼거리였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 인종과 민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축하하고 환호했다. 나는 군중을 관리하는 자원봉사 활동에 지원해 퍼레이드의 현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 미국 스포츠계의 스타이자 시애틀 소속 선수였던 메건 라피노와 수 버드 커플이 시애틀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그랜드 마샬로서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행진을 이끌었다. 50년 전 첫 자긍심 행진을 이끌었던 분들도 존경의 박수를 받으며 행진했다. 이어서 메타, 스타벅스, 페덱스, 필립스, 화이자, 닌텐도, 델타 항공, 미국 주요 은행 등 영리 기관은 물론이고 도서관, 소방서, 교통국, 법원 등의 공공기관도 행진 차량을 한껏 꾸미고 참여해 사탕과 무지개 팔찌, 핀 뱃지 등을 나눠주었다. 브랜드 홍보의 장인 듯한 느낌도 받았는데, 특히 크루즈 선사는 LGBTQ+가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뽑혔다는 배너를 자랑스레 들고 행진했다. 

 

- 인도, 중국, 라틴계,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계 흑인 등 이민자 정체성을 드러낸 단체도 많았고, 중세, 판타지, 스타워즈 팬들이 결성한 취미 단체도 자긍심 행진에 참여했다. 성소수자를 환영하는 교회도 참가했고(역설적으로 이 곳에서도 많은 교회에서는 성소수자가 환영받지 못하는 듯하다), LGBT 노인을 위한 돌봄 제공자 네트워크도 행진했다. 판금 노조 여성 모임 등 각종 노동조합과 성소수자+앨라이 상공회의소도 눈에 띄었고,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인종학살을 반대하는 단체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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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유하고 싶은 자료들
 
- The Big Book of All Things Queer: https://prideacrossthebridge.org/the-big-book-of-all-things-queer/
> 워싱턴주 성소수자 지원단체 Pride across the bridge에서 제작한 자료집으로, 각종 용어에 대한 설명은 물론 워싱턴 지역의 지원 서비스 연락처까지 다양한 정보가 총망라 되어있음.
 
- 1973년 설립된 유서깊은 단체 PFLAG의 온라인 자료집: https://pflag.org/find-resources/
> 성소수자 당사자는 물론 지인이나 가족이 성소수자일 경우에 필요한 매뉴얼까지 갖추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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