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학술
[2018] 소문자에프의 <원, 투, 퀴어 앤 포!> 후기입니다.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소문자에프입니다. 2월부터 기획하여 3월부터 제작을 시작한 퀴어 웹 예능 <원, 투, 퀴어 앤 포!>가 7월 14일 퀴어문화축제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퀴어 웹 예능 <원, 투, 퀴어 앤 포!>는 2016년부터 출판물, 굿즈, 행사 등 퀴어와 페미니스트를 위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스튜디오 소문자에프에서 처음 제작에 도전한 웹콘텐츠로, 바이섹슈얼 여성 유튜버 ‘미사장’과 다양한 젠더와 성 지향성을 가진 퀴어들이 모여 단독 공연을 목표로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은 웹 예능입니다.
웹콘텐츠 제작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콘텐츠의 확장성 때문이었습니다. 페미니즘 시각예술 매거진 <소문자에프>,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 등 퀴어와 페미니스트가 즐길만한 콘텐츠를 만들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어느 기점 이상 오디언스가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튜디오 소문자에프는 그 이유를 페미니즘, 퀴어 콘텐츠가 주제의 특성상 한정된 채널에서 유통되며, 소비자층 또한 기존 소비자를 중심으로만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콘텐츠 유통 채널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저희는 Youtube 채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그 결과 유튜브 ‘미사장' 채널은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내세우며 퀴어, 페미니즘을 이슈로 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오픈 6개월 만에 약 9천 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또한 10대~20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유튜브에 퀴어, 페미니즘 콘텐츠의 수요자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퀴어 웹 예능 <원, 투, 퀴어 앤 포!>는 유튜브라는 접근성 높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더 넓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퀴어를 주체로 한 기존 콘텐츠가 대체로 불행을 부각하거나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평험하고 진실된 퀴어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만 한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원, 투, 퀴어 앤 포!>는 일반인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유튜버 ‘미사장’을 중심으로 출연을 희망하는 퀴어를 모집하여,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2명의 출연진이 3개월간 단독 공연을 목표로 미사장에게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무대에 서는 과정을 관찰자 시점으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형 예능 형태를 통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에이섹슈얼 등 다양한 성 지향성과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춤을 배우며 각자가 가진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드러낼 힘을 얻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감동을 동반한 자연스러운 웃음을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하던 당시에는 퀴어 컨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유통하는 것이 인신공격이나 아웃팅의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이에 대비하여 기획 단계부터 법적 대응 방법도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공격적인 반응 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아 제작진 뿐만 아니라 출연진 또한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스튜디오 소문자에프
3인이 촬영,
편집,
출연자 관리 및 연습 진행,
공연 준비를 동시에 수행하는 과정에서 빠듯하게 진행된 일정과,
유튜브의 추상적인 심의 규정에 의해 수차례 광고수익이 제한되는 일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제작비를 비온뒤무지개재단 이반시티퀴어문화기금과 많은 분들의 응원이 담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할 수 있었기에 결방 없이
6월의 단독공연까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원, 투, 퀴어 앤 포!>는 막을 내렸지만, 공개되지 않은 촬영분을 포함하여 더욱 완성도 있는 판본을 담은 감독판의 제작이나, 공연영상 상영회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원, 투, 퀴어 앤 포!>를 통해 성 소수자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고, 또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에게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