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성

자발적 연대로 탄생하여 그 의미와 쓰임이 다양하게 확장되는 서체

다양한 삶과 존재를 지지하는 서체, 길벗체.
제람(길벗체 개발 공동 책임자)

 

길벗체는 성소수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지지하기 위해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가 고안한 무지개 깃발의 의미를 계승하고 그 여섯 색상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한글 서체입니다. 길벗체와 마찬가지로 길버트 베이커의 무지개 깃발에서 영감을 받아 먼저 출시된 영문 서체 길버트(Gilbert)가 있는데요, 이 두 서체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길벗체의 특징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TypeWithPride-03.jpg

 

 

영문 서체 길버트는 길버트 베이커의 죽음을 기리며 뉴욕 프라이드’(뉴욕 퀴어문화축제, New York Pride)와 서체 제작사 폰트셀프’(Fontself), 성소수자 미디어 단체 뉴페스트’(NewFest) 그리고 광고 회사 오길비 앤드 매더’(Ogilby & Mather)가 의기투합해서 만들었습니다. 영문 알파벳의 특성상 100자 내외의 글자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상대적으로 가벼운데다 서체 제작에 유리한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가진 전문 집단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에 반해 한글 길벗체는 숲과 제람을 비롯한 7명의 디자이너가 자발적으로 모여 개발을 맡았습니다. 한글의 특성상 최소 3,000자를 만드는 것도 이미 큰일인데, 이렇게 어렵게 만든 한글 서체에 다시 전면 컬러를 입혀서 완성형으로 개발한 전례가 없었습니다. 누구도 선뜻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이 험난한 도전을 돕기 위해 비온뒤무지개재단이 제작자로 나섰고, 길벗체 제작비 모금을 성사시켰습니다.

dcf0e4744e2d91935e40eb4e942e94ce.png

비온뒤무지개재단은 국내 최초로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재단으로서 사단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또 맞서 싸운 경험이 있습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이 최초였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고가 한글 최초의 완성형 색상 서체를 만드는 길벗체 개발자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온뒤무지개재단이 또 한 번 의미 있는 최초의 역사를 쓰는 꿈을 꿀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 꿈은 단순히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는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길벗체를 기존의 체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서체 가족을 만들 계획으로 확장됩니다. 대개 서체를 만들 때, thin(얇은), regular(보통), bold(굵은) 등 굵기 차이를 두어 쓰임의 폭을 넓히고 이를 해당 서체의 패밀리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런데 길벗체는 같은 글자 형태 위에 다양한 색상 조합을 적용한 패밀리를 만들 예정입니다.

3b619a94accc8d9925fd5b3b11f083e9.png

길벗체의 색상 조합으로 채택한 길버트 베이커의 여섯 색상 무지개 말고도 다양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또다른 색상 조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섹슈얼(Bisexual, 양성애자)을 상징하는 고유의 색상 조합이 있는가 하면, 논바이너리(Non-binary, 남성, 여성으로 양분화하는 기존 지정 성별 구조에서 벗어나서 정체화하는 방식)를 나타내는 색상 조합도 있습니다.

 

9dfa11d79718001a3c1f6ab0ef65620c.png

 

이와 같은 다양한 색상 조합을 가지고 또다른 색상 적용 규칙을 만들어 길벗체에 적용하면 다양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듯, 순차적으로 다른 버전의 색다른길벗체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그들 존재의 아름다움을 길벗체로 보다 폭넓게 표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렇게 길벗체의 쓰임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지지와 후원이 필요합니다.

확장성

자발적 연대로 탄생하여 그 의미와 쓰임이 다양하게 확장되는 서체

다양한 삶과 존재를 지지하는 서체, 길벗체. 제람(길벗체 개발 공동 책임자) 길벗체는 성소수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지지하기 위해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가 고안한 무지개 깃발의 의미를 계승하고 그 여섯 색상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한글 서체입니다. 길벗체와 마찬가지로 길버트 베이커의 무지개 깃발에서 영감을 받아 먼저 출시된 영문 서체 길버트(Gilbert)가 있는데요, 이 두 서체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길벗체의 특징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영문 서체 길버트는 길버트 베이커의 죽음을 기리며 ‘뉴욕 프라이드’(뉴욕 퀴어문화축제, New York Pride)와 서체 제작사 ‘폰트셀프’(Fontself), 성소수자 미디어 단체 ‘뉴페스트’(NewFest) 그리고 광고 회사 ‘오길비 앤드 매더’(Ogilby & Mather)가 의기투합해서 만들었습니다. 영문 알파벳의 특성상 100자 내외의 글자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상대적으로 가벼운데다 서체 제작에 유리한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가진 전문 집단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에 반해 한글 길벗체는 숲과 제람을 비롯한 7명의 디자이너가 자발적으로 모여 개발을 맡았습니다. 한글의 특성상 최소 3,000자를 만드는 것도 이미 큰일인데, 이렇게 어렵게 만든 한글 서체에 다시 전면 컬러를 입혀서 완성형으로 개발한 전례가 없었습니다. 누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