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학술

[2016이반시티퀴어문화기금]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트랜스젠더 정기매체 조각보자기 발간 후기입니다

<트랜스젠더 매체 조각보자기, 막 시작했어요>

 

2016 11, <트랜스젠더 매체 조각보자기, vol.1>이 발간되었어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트랜스젠더 매체를 꿈꾸기 시작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아마도 재작년 여름부터였던 것 같아요. 조각보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 트랜스젠더 / 퀴어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트랜스젠더 운동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나누었습니다. 트랜스젠더/퀴어로서 살아가며 경험한 기쁘거나 막막하거나 분노하거나 보람찬 순간에 대해, 트랜스젠더/퀴어에게 가해지는 편견이나 차별에 대해. 또 사회변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우리가 꿈꾸는 사회에 대해, 우리의 꿈에 대해. 그 중 많은 이야기가 각자의 기억 속에 머물거나, 혹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를 비롯한 조각보 활동가들은 어느 순간, 이 이야기들이 휘발되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경험, 우리의 고민, 우리의 이야기가 어딘가에 잠시 머물며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피워내길 바랐습니다. 소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이야기부터 진지하고 조금은 거창한 이야기까지. 경험과 경험, 이야기와 이야기가 만날 때 우리는 연결되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사회도 조금씩 변화할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야기가 모일 장소가 필요하고, 트랜스젠더 매체가 그 장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트랜스젠더 매체 조각보자기>는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는 독립적인 정기매체입니다. 조각보자기는 트랜스젠더의 경험, 감정,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트랜스젠더 이슈를 발굴, 소통, 확장해냄으로써 트랜스젠더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다양한 트랜스젠더 현안 및 이슈에 독자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매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를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정기 매체를 발간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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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를 준비하며, 어떠한 형태가 적합하고 또 가능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웹진을 생각했습니다. 부담이 적고, 유연하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호만큼은 뭔가 더 단단하고 손에 잡히는 형태로 만들어지길 바랐습니다. 창간호는 독자들을 처음으로 만나서 조각보자기 창간을 알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간할 것을 약속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쉽사리 결심이 서지 않았고, 비용부터 걱정되고,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신청한 <비온뒤무지개재단> <이반시티 퀴어문화기금>에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었어요.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지원사업 선정이 당근인 동시에 채찍이라는 것을요. 여러 모로 감사해요. 비온뒤무지개재단의 기금이 계기가 되어줘서, 조각보자기 1호를 발간할 수 있었어요. 글로, 디자인으로, 실무로, 지원으로, 격려로 조각보자기 1호를 함께 만든 모든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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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발간을 위해 조각보 활동가들은 편집부와 필진을 새롭게 구성하고, 1호 주제로 무엇이 적당할지 고민을 나누고, 관련된 세미나를 하고, 누가 어떠한 어떤 글을 써야할지 의논하고, 함께 참여할 사람을 섭외하면서, 정신 없이 준비했어요. 저는 뭐랄까요,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이야기가 모이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그 이야기를 실제로 모으는 작업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강이 도사리고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음 속에 있는 것 같은데, 이게 글로 써지지가 않아요. 초청하여 함께 글쓰고 싶은 사람은 너무도 많은데, 생각만큼 함께 할 계기를 만들지 못하기도 했구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약속의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못 쓰겠다는 사람()과 잘 안 써진다는 사람()과 마감을 늦춰달라는 사람(이것도 저)이 속출했어요. 편집부는 그걸 함께 다그치고 격려하면서, 수많은 초안과 수정안을 검토하고, 서로의 글에 감놔달라 배놔달라 졸라가며, 발간을 준비했어요. 그 와중에 원치 않았던 추억들을 만들기도 했어요. 카페가 문 닫아 쫓겨나기도 하고, 막차시간 때문에 지하철에서 마저 글을 쓰기도 하고, 길바닥에서 노트북을 꺼내들고 함께 글수정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소중한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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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완료' 폴더에 모든 글이 모인 순간, 손에 인쇄된 <조각보자기 vol.1>를 쥐어든 순간, 아 됐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블로그의 조회수가 올라가는 순간순간, 아 끝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각보자기를 읽고, 욕이나 격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요. 떨리기도 하구요. 조각보자기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어떤 조각보자기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많이 들려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2 3호에는 더 많은 사람이 필진으로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조각보자기가 되면 좋겠어요. 그걸 위한 조각보자기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홍보 겸 약속을 드리고자 해요. <조각보자기>는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는 독립적인 정기매체입니다. <조각보자기>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삶과 경험과 이야기가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믿으며, 그를 소통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풍성한 트랜스젠더 담론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할테니, 부족하지만 따뜻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조각보자기>에 자신의 이야기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20, 30명의 이야기가 함께 모여있는 조각보자기 2, 3호를 볼 수 있다면, 꿈에도 여한이 없을 거에요. 그럼, 다음에 또 뵈어요. 해피 뉴 이어http://tgjogakbo.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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